'오픈 웹 아시아' 컨퍼런스를 소개합니다!

by 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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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테크노김치 블로그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외국분들이 "한국은 디지털 디바이스, 게임 문화, 인터넷, 모바일 등에서 너무나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일이 많이 있는데, 도대체 왜 외국에서는 한국의 소식을 대체 들을 수가 없는 것인가요"라고 끊임없이 물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테크노김치를 시작하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시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곧 이어 이런 디지털 한국을 조명하는 CNN의 Eye on South Korea에 출연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

우리는 테크크런치 등을 통해 미국과 유럽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위주로 웹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있지만, 사실상 웹과 관련되어 정말로 신기하고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 곳은 다름 아닌 한-중-일을 연결하는 아시아권입니다. 이 곳은 분명히 많은 주목을 받고 관찰이 되어야 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일들이 집중적으로 토론되거나 한 적은 없었죠.

Web 2.0 Asia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한국의 웹을 세상에 열심히 알린 TNC 김창원 대표 (앗! 이제는 "대표"가 아니군요. 직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ㅋ 아, 그리고 이번 행사는 TNC나 구글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이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컨퍼런스입니다)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아시아의 여러 관심인들을 모아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오픈 웹 아시아 컨퍼런스 (Open Web Asia)입니다. 그리고 올해초에 아이디어 인큐베이션으로 시작했던 이 컨퍼런스는 드디어 올 가을 10월 14일에 쉐라톤 호텔에서 그 1회를 알리게 되었습니다.

컨퍼런스의 규모, 격, 그리고 연사들의 프로필은 참 자랑스럽다고 할 수 있는 컨퍼런스입니다. 연사 목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Weblogs Inc과 Mahalo의 창업자 Jason Calacanis를 비롯해, 알리바바의 Arther Chang, Seesmic의 Loic Le Meur, Friendster의 창업 멤버 중 한명인 Kevin Lindstrom, 오페라 아태지역 회장인 James Wei 등 세계 어디를 가도 만나기 쉽지 않은 그런 많은 분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컨퍼런스를 단돈(?) 20만원에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원래는 40만원선이었는데, 매경 세계지식포럼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따스한 후원으로 반값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 장소가 쉐라톤 호텔에 훌륭한 식사와 음료와 경품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절대 아깝지 않으신 회비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컨퍼런스는 여러 부분에서 독보적인 컨퍼런스가 될 것입니다. 지금 바로 등록이 가능하고요.

한국에서는 김창원님을 비롯해, 저, 그리고 이바닥TV를 함께 진행하는 멜로디언님, Faceworthy라는 서비스를 브라질의 얼짱 생태계를 만들어 가시는 Dotty님, 아마도 세계 진출 1호 국내 "웹 2.0 기업"인 소셜 뮤직 서비스 QBox로 역시 세계시장을 노리시는 이안님과 어디에서든지 최고의 에너지 부스터 역할을 해주시는 꼬날님이 모여서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뜻이 맞아서 모였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즐겁습니다.

당장 조기 매진이 예상된다는 뻥은 치지 않겠습니다. ㅋ 하지만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꼭 꼭 들리시기를 권유합니다. 물론, 당일날 오시면 저를 비롯해 위에 언급한 분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보너스도 있군요 ㅋㅋㅋ

많은 관심과 등록 바랍니다!


구글과 태터의 만남이 뜻하는 것 10가지

by 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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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추석 보내시라고 인사드린지 12시간만
에 깜짝 놀랄 일이 있었습니다. 구글에서 태터앤컴퍼니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죠. 놀라운 소식입니다. 첫눈이 네이버에 인수된지 2년이 조금 넘는 시점에 국내 두번째 "웹 2.0 기업"이 대박나는 일이 생겼군요.

하도 급해서 정리는 되지 않지만, 생각나는 것만 몇 가지 적어봅니다.

1. 구글은 컨텐츠가 필요했습니다. 구글 입장에서 검색을 하려면 컨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성에 차는 컨텐츠가 지금 없죠. 항상 "사용자, 광고주, 파트너"의 생태계를 주장하던 구글 입장에 서는 광고주를 모으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필요했고, (검색)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서는 컨텐츠가 필요했고, 그런데 철옹성같은 포탈 밖에는 컨텐츠가 없고, 그나마 오픈되어 있는 값있는 컨텐츠를 가진 티스토리는 다음 것이고, 그래서 컨텐츠 엔진으로 텍스트큐브 (닷컴과 툴 모두)를 보지 않았을까 합니다.

2. 컨텐츠와 검색: 네이버 블로그 - 네이버 검색, 티스토리 - 다음, 텍스트큐브 - 구글, (+ 이글루스 - 엠파스/싸이검색), 이런 전선이 구축되는 걸까요?

3. 텍스트큐브(닷컴)은 정말로 잘 만든 서비스입니다. 써본 분들이 모두 그렇게 말합니다. 이바닥TV에서도 한번 소개한 적 있었는데요. 이 서비스를 과연 구글에서 국내에만 남겨둘까요, 아니면 (혹시라도) 워드프레스에 많이 시장을 먹힌 블로거닷컴 후속타로 사용해보려는 살짝의 의지도 있을까요? 물론 이번 인수 주체가 구글본사가 아니라 구글코리아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두고 봐야 알겠지만요.

4. 구글은 한국에서 그렇게 "아주 큰" 사업을 하려는 의지가 강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광고 유치는 참 잘하고 있다고도 들었습니다.) 결국 R&D 센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입장에서는 신경이 엄청 쓰이겠죠. 다음은 더 그럴 것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5. 좋은 소식입니다. 너무나 좋은 소식입니다. 이번 인수의 가장 좋은 점은 국내 벤처 기업에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그런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외국기업이기 때문에 싫다 이런 논의는 잠시 빼도록 하겠습니다.) "웹 2.0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던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는 원하는 만큼 매출도 일어나지 않고, 그래서 상장도 안 되고, 그렇다고 인수해주는 회사도 없어서 어떠한 종류의 "exit"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첫눈과 태터, 이렇게 둘은 그나마 기록적인 일을 성사시켰습니다. 이번 인수는 느낌상 최소한 한 2-300억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일을 통해서 신생/벤처/스타트업 기업들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면 합니다.

6. 태터앤컴퍼니와 같이 멋진 벤처가 흔치 않았었는데, 구글의 그 Corporate 색깔에 녹아들어가게 될 것을 보니 참으로 아쉽습니다. 구글과 한국 최대의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만남은 또 어떻게 풀어져갈 지 한번 지켜봐야겠지요?

7. 티스토리 입장에서는 이제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티스토리가 기반된 텍스트큐브(툴)가 커뮤니티로 운영되는 오픈소스이지만, 구글의 입김 밑에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8. 결국 돈이 많아야 하는가 봅니다. "웹 2.0 벤처" 쌍두마차였던 첫눈과 태터를 인수한 것도 네이버와 구글, 국내 오픈소스의 쌍두마차였던 제로보드와 텍스트큐브(태터툴즈)의 실제적인 빽이 된 것도 인수한 것도 네이버와 구글이군요 ㅡ,.ㅡ;;; (정정: 텍스트큐브를 인수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via: 떡이떡이님))

9. 구글의 PR 전략을 다시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크롬 소식을 만화로 내면서 버즈를 일으킨 것도 재미있는데, 이번에는 추석 연휴 전날 낮 12시에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상식을 뛰어넘은 훌륭한 버즈 전략이거나, 홍보팀 분들이 그냥 뿌려놓고 추석을 편하게 보내시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ㅋ

10. 과거 우리가 알던 TNC의 모습을 많이 사라지겠죠? 구글에 인수되어 들어간 회사마다 구글의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하는 경우도 많고, 이제는 정말 "구글 직원처럼"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TNC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우리 개미 블로그들의 입장에서는 이 점은 참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이런 일은 절대 없어야겠죠.

2005년 10월에 제가 처음으로 웹 2.0 모임을 벌려 봤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많은 분들에게 "웹 2.0"이라는 용어가 너무나 생소할 때였는데요. 그 모임에 참석하셨던 20명 정도의 분들 중 한 분이 노정석 대표였습니다. 그분의 의지는 아주 확고했었는데요, "블로그로 사업해보겠습니다"였습니다. 3년만에 그 1단계의 이정표가 달성되었군요 ^^

'마음 풍성하게 가집시다' 말해 놓고 제가 제일 먼저 어기게 되어 죄송합니다 ^^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추석에 생각해보는 풍성함의 의미

by 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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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 사람은 세상에서 일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풍성함, 넉넉함, 여유, 이런 것을 누리기에는 마음이 너무나 분주할 때가 많습니다. 추석이라는 우리가 즐기고도 모자라야 할 명절이 와도, 저 스스로부터 평안함보다 걱정이 앞설 때가 많은 것이 참 안타깝네요.

전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이 왔는데도 불구하고 무엇이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빈곤하게 만들었을까요? 왜 많은 분들이 우리의 인생이 점점 더 빨라지기만 하는 쳇바퀴라는 생각을 할까요?

그 중 하나는 바로 끊임없는 경쟁에서 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도 남의 것을 내가 차지해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제로-썸 게임에 기반한 파이 나눠먹기의 경쟁. 나눠주거나 개방한다거나 이런 것에 대해서 우리의 생각이 미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쥐고 있지 못하면 불안하죠. 잠깐 시도는 해보지만 즉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것 봐. 본래 애시당초 안 될 것였잖아"라는 반응을 자주 보이죠. 생태계가 태어나기 참 어렵죠.

세상을 둘러보면,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종류의 부를 창조해내는 사람들이 진정한 강자로 등극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가 30년부터 만들어온 경제이자, 구글이 지난 10년 동안 창조해낸 경제이죠.

새로운 풍성함에 대한 기대는 결국 풍성한 우리 마음에서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바닥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결국 우리의 마음을 지키는 자세와 훈련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공자의 말씀과 성경에서의 "무릇 지킬 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23)"는 말씀을 우리는 항상 기억해야할 듯 합니다.

이번 주말은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이 되었든지, 종교활동이 되었든지, 아름다운 자연과 풀내음이 되었든지, 우리 모두 마음을 풍성히 채워놓고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잡아먹을 세상보다는 서로 함께 만들어가야 할 세상이 많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고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웹세상도 정말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2년전 쯤에 제가 아주 감명깊게 읽었던 책 "Small Giants:Companies That Choose to Be Great Instead of Big"의 한 부분을 발췌해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직역한 거라 맛은 싱겁습니다. ㅜ

모두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고 돌아오세요. 쿱은 여러분들을 다음 주에 찾아 뵙겠습니다!!! ^^

더 크고 더 많은 것이 무조건 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 문화에 너무 널리 퍼져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창업가들이 당연히 비지니스 기회를 단 하나도 놓치지 말고 잘 활용하여 그들의 기업을 가능한 한 빨리 성장시키고 제2의 Microsoft나 Citicorp로 만들어야 한다고 여긴다. 이러한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는 것은 동시에 기업의 성장을 부추기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진짜로 어려워요. 자아와의 싸움이 될 수 있거든요." 캐틀린은 말을 이었다. "저는 자아 성찰에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게 도대체 무엇을 위한 거지? 내 삶을 어떻게 하고 싶은건데? 세상은 나에게 '가서 더 커져라. 가. 어서 가.'라고 하지만, 저는 특별히 그럴 이유를 못 찾겠습니다."


"자동차는 무슨... 아이팟 하나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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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B(Jean)

커피 마시고, 피자 먹고, 화장하고, 전화하고, 컴퓨터 하고, 잠 자고, 섹스하고...

미국인이 자동차 안에서 하는 일들입니다. 독일처럼 자동차는 운전만 하는 곳이란 규범이 강한 나라에선 상상 못 할 일이지요. 

이런 모습을 보면 미국인에게 차는 '이동'보다는 '주거'의 수단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곧 자동차는 Automobile이라기 보다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Shell인 것이지요. 하긴 미국인의 태반이 인생의 첫 경험을 자동차에서 치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인이라도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처럼 주차비 비싼 대도시에 살거나 차를 살 형편이 못 되는 10대들은 지하철-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거칠고 소란스러운 도시에서 이들이 어떻게 나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영국의 미디어학자 마이클 불은 'Sound Moves: iPod Culture and Urban Experience' 에서 그 해답을 보여줍니다. 바로 애플 아이팟이라는 것이지요.   

지하철과 버스의 소음이 아무리 심해도 아이팟의 이어폰을 귀에 꽂는 순간 자신만의 세계로 순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즐겨듣던 친숙한 음악이 그곳이 어디든 나만의 아늑한 공간으로 바꾸어 주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하얀 이어폰은 '지금 나만의 세계에 들어가 있으니 방해하지 말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결국 아이팟은 음악이라는 오디오 보호막을 쳐주는 유효적절한 도구인 것이지요. 아이팟은 곧 200달러짜리 '빈자의 자동차'입니다. 

지난 해 실시된 <日本經濟新聞>의 조사에서도 이런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자동차 내수시장이 쪼그라드는 것은 아이팟같은 휴대기기의 매력에 푹 빠진 젊은이들이 도무지 차 살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시 조사의 결론이었습니다. 

만약 '아이팟 버블(iPod Bubble)'이 사적인 공간이라면 반대로 이를 열어줌으로써 소통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추론에 이릅니다. 실제로 이성을 유혹하고 낯선 이와 안면을 트는 도구로 아이팟을 활용하는 서구의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즉 아이팟에 상대의 이어폰을 꽂도록 허락해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지요. 

가장 사적인 영혼의 울림인 음악을 이성과 낯선 이에게 들려줌으로써 마음을 열고 교류가 트이는 것입니다. 곧 자신의 버블 안으로 상대를 불러들이는 것이지요. 물론 다른 이의 버블로 걸어들어가기도 하고. 

아이팟에서 발견한 버블의 논리를 블로그와 SNS에 적용할 수 있을지도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휴대 인터넷이 널리 보급돼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도 블로그와 싸이질을 끊김없이 할 수 있다면 이것 역시 자신만의 버블로 걸어들어가는 셈이겠지요. 

LG오즈폰이나 아이폰으로 블로그에 빠진 사람이 지하철의 현실공간과 사이버 공간에서 동시에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실공간의 노크와 사이버공간의 노크 중 어떤 두드림이 더 크게 울릴까요?

택시와 버스, 휴대폰과 네스팟 그리고 푸시와 풀

by PSB(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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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기사가 승객을 찾아오지만 버스는 승객이 정류장을 찾아갑니다. 휴대폰은 안테나가 고객을 찾아오지만 네스팟은 고객이 안테나를 찾아갑니다. 모두 푸시(PUSH)와 풀(PULL) 미디어의 차이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저는 투자 대비 효용이 대단히 높은데도 잘못된 마케팅으로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서비스가 KT의 '네스팟'이라고 봅니다. 만약 KT가 택시와 버스의 차이점에 대해 깊은 통찰을 했다면 네스팟은 충분히 킬러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웹서핑과 휴대전화를 비교하자면 전자는 노매딕(NOMADIC)하고 후자는 모바일(MOBILE)하다는 것이지요. 즉 웹서핑이라면 특수훈련을 받지 않은 다음에야 걷거나 뛰면서 사용이 불가능한 반면에, 휴대전화는 얼마든지 이동 중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설령 LG오즈폰이나 애플아이폰이라 하더라도 만약 사용자가 통화가 아니라 웹서핑을 원한다면 걸음(혹은 운전)을 멈추어야 합니다. 게다가 웹서핑이 길어진다면 십중팔구 편히 앉을 곳을 찾게 마련이지요. 스타벅스같은...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 교수가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곧 웹서핑의 노매딕한 성격을 이해한다면 굳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와이브로같은 모바일 브로드밴드 인프라를 꼭 구축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대체로 도심지라면 편히 앉아 쉴 곳이 있게 마련이고 KT가 이런 곳과 광범하게 제휴했다면 네스팟은 와이브로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역시 관건은 버스 서비스의 성패가 '정류장을 얼마나 쉽게 찾을 수 있느냐' 이듯, 네스팟 역시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찾을 수 있느냐' 였습니다. 즉 WI-FI 안테나를 찾기 쉬워야 했지요. 만약 이용자 태반이 이미 친숙하게 알고 있는 브랜드와 네스팟을 짝지었다면 어땠을까요?

스타벅스, 맥도날드, 국민은행, SK 주유소... 이 정도의 내셔널 파워 브랜드와 네스팟이 찰떡 궁합을 이루고, 무선랜이 장착된 휴대폰도 출시하며, 또 이들 브랜드와 공동마케팅 역시 강력하게 진행했다면, 아마 한국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이미 수 년 전에 대중적 서비스로 폭발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미 3G와 와이브로 인프라를 상당 수준 구축해버린 지금은 사정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저는 아직도 이 모델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3G폰의 웹서핑 속도는 브로드밴드라는 딱지를 붙여주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거든요. 물론 KTX나 버스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여전히 모바일 브로드밴드가 유용하긴 하지만, 이 경우도 정해진 트랙을 따라 운행하는 이런 교통수단이라면 훨씬 간편하고 저렴하게 네트웍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서론이 길었군요. 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네스팟이 아니고 택시와 버스, 즉 푸시와 풀 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작은 상념입니다.

웹 공간에서도 택시와 버스 서비스가 있지요. 찾아오는 서비스와 찾아가는 서비스. 전자는 RSS, 파드캐스팅 같은 푸시 미디어, 후자는 포털이나 메타블로그같은 풀 미디어입니다.

한국에서 푸시 미디어는 신문-방송을 제외하고는 크게 성공한 경우가 없는데 이는 한국인이 유별나게 개인화를 성가셔하고 기피하기 때문입니다. RSS, 파드캐스팅은 아직 IT에 관심 많은 소수의 파워유저에 한정된 현상이지요.

RSS나 개인화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일반 이용자들이 쉽고 편하다고 느낄만큼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변호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리 개인화 기술이 물 흐르듯 유려하게 발전한다 해도 최소한 한국에서만큼은 푸시미디어가 웹 공간에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인이 지독하도록 남의 집 사는 형편에 민감하기 때문이지요. 남이야 뭐라 하든 자기 잘 난 맛에 사는 서구의 개인주의자와 달리, 한국인은 역사적, 문화적 배경 탓인지 공동체의 사는 형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포털, 메타 블로그, SNS 등 어느 사이트를 가도 뉴스가 유별나게 킬러 컨텐츠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바로 공동체의 관심사에 민감한 한국인의 특질을 반영한 것이라고 봅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1700만명의 오픈캐스터가 네이버에 1700만개의 뉴스페이지를 만드는 일도 절대로 일어나지 않으리라 예측하는 것이지요. 푸시 미디어에 대한 우리의 거부감은 바로 사회에서 뒤쳐질지 모른다는 한국인의 원초적인 두려움에 기반하고 있으니까.

개인화와 찾아오는 서비스, 즉 푸시미디어가 웹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자신만의 둥지에 안주해 있다가는 어느 새 왕따가 될 지도 모른다는 한국인의 원초적 두려움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푸시미디어면서도 풀 미디어의 성격을 갖추도록 스마트하게 보완한다면 혹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