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쇄국정책의 미래는?

by 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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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2.0?


몇 년전 모 벤더(국제적인 IT기업)에서 오신 두 분의 대화가 기억납니다.
"우리 회사에서 글로벌 공통으로 진행하는 전략이 유독 한국에서는 하나도 안 먹힌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우리만의 전략을 세워야돼."
"근데 반대도 마찬가지잖아. 여기서 대박난 전략도 외국에서 먹히는 건 하나도 없잖아."
마치 2008년의 한국의 웹을 보고 하는 이야기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004년부터 "웹 2.0"에 대해서 이야기해왔고, 실제로 웹 2.0을 통해서 전하려고 하던 가치들을 한국에서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한국의 모습은 사뭇 다릅니다.
최근 2~3년간 세계 인터넷 업계를 강타했던 웹2.0 바람은 유독 한국만 비껴갔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구글,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믹시 등 수많은 신생(新生) 스타들을 배출했지만, 한국은 웹2.0 스타 기업을 전혀 배출하지 못했다. 태터앤컴퍼니, 올블로그, 위자드, 윙버스, 피플투 등 웹2.0을 표방하는 많은 기업들이 도전에 나섰지만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생존 기반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 추락한 '인터넷 한국'에서

그리고 4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TOP 30 사이트 중 4년 사이에 등장한 서비스로는 티스토리판도라TV가 전부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일본, 중국 등의 해외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서, 한국에서는 인터넷 서비스의 성장동력이 상실된 상태이며 혁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해외의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들 중에는 한국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 4년 전 네이버가 순방문자수 1위를 차지한 그 후에서
한국의 웹을 떠올릴 때 우리는 열린 웹보다는 닫힌 웹을 먼저 떠올립니다. 웹과 포탈을 동일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포탈의 성격상 웹을 미디어와 동일시할 때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중립적인 웹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도 이제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뺄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우리에게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그게 한국이다.

"그게 한국이야."

지인의 대답입니다. 중앙집중적이고 모이기 좋아하고 시장의 크기가 작고 다양성에 의존할 수 없는 시장. 그것이 바로 한국의 웹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넷 문화도, 정부의 정책도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고 MS에서 브라우저 관련된 새로운 것을 발표할 때마다 온 나라가 비상이 걸리는 그런 곳이 바로 한국이죠.

현실을 놓고 볼 때에 우리 대부분이 아마 수긍해야 하고 받아들어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웹은 원칙적으로 분산성을 지향하지만 (그리고 저는 미코노미를 주장하지만) 한국이 정말 본질적으로 다르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중앙집중성을 수용할 의사도 있습니다. 웹이 오프라인산업처럼 되어야지만 우리의 "경쟁력"이 커진다면 말이죠.

하지만, 세계는?

구글 트렌즈를 이용하여 주요 웹 서비스들의 검색 빈도수가 총 검색 빈도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도시별로 뽑아보니, 전체적으로 웹 서비스에 대한 검색 비중이 높은 곳은 실리콘밸리 지역이었지만 의외의 결과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Google: #1 City: Manchester, UK
StumbleUpon: #1 City: Dublin, Ireland
Technorati: #1 City: Singapore
Twitter: #1 City: Meguro, Japan
Yahoo!: #1 City: Bogota, Colombia
YouTube: #1 City: Lima, Peru

...영문 서비스가 나와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미국, 영국등의 시장을 타겟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전 세계시장을 상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노리고 영문 서비스를 시작한 한 벤처기업 대표님의 말을 들어보면, 예상치도 못했던 브라질 지역에서의 유입이 꽤 많다고 한다.
-- 영문 서비스의 필요성에서
제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웹은 한 나라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이젠 정말로 국제적인 시야를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웹표준이 되었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세가 되었던, 영문 서비스가 되었던, 댓글문화가 되었던, 이제 우리는 우리만의 기형적인 웹을 고집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SNS업계에서 사장된 줄 알았던 프렌스터가 다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로 터질 것만 같았던 시장에서 프렌스터는 어디에서 틈새를 찾았을까요?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지아입니다.

기업의 전략이나 정부의 정책이 더 이상 '쇄국'을 지향할 수는 없습니다. 웹은 우리가 더 이상 지역적이고 근시적인 시야만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언젠가 크게 뒤통수 맞을 것입니다.

웹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열려 있습니다. 영어는 마치 HTML 레이어 위에 존재하는 애플리케이션 레이어 #2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한국 시장이 그렇다고 우리만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며 올라가는 일은 이제 사라졌으면 합니다.

이젠 우리도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