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 해당되는 글 3

  1. 2008.09.03 구글 크롬: 구글-MS 전면전 돌입 55
  2. 2008.08.31 Firefox Ubiquity: 웹브라우징의 새 지평을 열다 44
  3. 2008.08.19 잊지 맙시다: 웹 2.0은 "플랫폼으로서의 웹" 57

구글 크롬: 구글-MS 전면전 돌입

by 태우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혹시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 글의 PDF 버전을 제공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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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s comic capers: what they really meant to say'에서 (http://www.theregister.co.uk/2008/09/02/google_chrome_comic_funnies/)


2008년은 브라우저 전쟁의 해인 것 같습니다. 파이어폭스 3가 출시일에 기네스 기록을 세우면서 시장 20% 점유율을 자랑하기에 이르고, iPhone으로 사파리의 모바일 시장 점유율이 급등하더니, MS는 IE8로 반전을 기대하고, 얼마 전에 소개한 Ubiquity와 같은 플랫폼도 많은 버즈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정말 큰 뉴스가 터졌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구글 브라우저인 '크롬'이 나왔죠. 이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나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해주시고 있어서 자세한 것은 다루지 않겠습니다. 크롬 제품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ikpress 블로그 글 #1, #2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구글 크롬은 "빠른 브라우저", "안전한 브라우저", "탭이 프로세스로 돌아가는 브라우저" 등의 가벼운 관찰 이상의 큰 의미를 갖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롬의 등장은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대해서 플랫폼 전면전을 선포한 것과도 같습니다. 구글OS는 참으로 웹OS였던 것이죠.

구글 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쟁은 처음부터 끝까지 "플랫폼 전쟁"이었습니다. 구글은 웹에서 시작해서 점점 데스크탑 환경으로 영역을 넓히고, MS는 반대로 데스크탑에서 시작해서 웹으로 영역을 넓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항상 말해 온 "Right at your fingertips"을 둘 다 원하는 것이죠. (여기서 잠시 애플 이야기는 빼도록 하겠습니다 ^^; )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드는 질문 두 가지만 살짝 언급하겠습니다.

1. 크롬이 브라우저 시장을 얼마나 먹을까요?

크롬은 브라우저 시장의 전쟁만 고조시킨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IE가 아무리 점유율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높은 우위를 항상 지킬 것입니다. IE8에 대한 평들도 상당히 좋을 뿐만 아니라, 웹 세상에서 절대 강자인 구글도 데스크탑 검색이나 툴바 등 데스크탑 소프트웨어 분배는 사실 많이 약한 부분이죠.

2. 진짜 타격을 받는 것은 파이어폭스가 아닐까요?

아마도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구글은 불과 몇 일 전에 모질라 재단을 계속 후원하는 계약을 3년이나 연장했을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이상과 철학을 추구하는 모질라와 극히 이윤을 추구하는 구글과는 앞으로 갈 방향과 타겟 시장도 많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전에 언급한 구글의 놀과 위키피디어와 관계와도 많은 유사성을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지만, 지금 상황을 봐서는 파이어폭스 시장에 적지 않은 타격은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IE에 대한 연합세력을 구축한다에 한표를 던집니다.

"구글 대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랫폼 전면전",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시작은 검색이고, 검색은 곧 돈이다.

IE8은 구글의 작지 않은 위협이 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OS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IE8의 기본 검색인 Live 검색으로 트래픽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구글의 매출이 줄어든다는 뜻이죠. 구글의 입장에서는 이것을 완전히 훔쳐 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화시킬 필요는 있는 것입니다. 브라우저를 통한 웹서핑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에는 검색의 문제인거죠. 옴니박스만 봐도 그렇습니다. 주소창과 검색창을 통합해 버렸습니다. 어디를 가던지 주소 아니면 검색. 기왕이면 우리 검색을 쓰고 우리 광고를 보라는 구글의 의도가 명백해 보입니다. 개인화도 강화되었습니다. 이번 크롬 만화의 풍자편을 보면 다음과 같은 컷도 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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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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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배포된 크롬 만화의 첫 메세지입니다. 구글은 정보만 모으고 싶을 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원합니다. 웹킷도 그렇고 V8도 그렇고 구글 Gears도 그렇습니다. 특히 Gears를 통한 런타임의 확장이라는 부분은 찰스님이 너무나 잘 정리해주셨는데, 꼭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구글은 점점 더 런타임을 우리에게 푸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브라우저가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우리 데스크탑에 넣고 싶어하는 것이죠.

크롬에서 웹 애플리케이션 탭은 아예 드래그-앤-드롭만으로 새 창으로 빼낼 수 있습니다. (브라우저의 버튼과 주소창까지 없애면서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웹 애플리케이션들은 아예 바탕화면에서 클릭 한 번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바로가기를 만들어 줍니다.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과 론칭 방식이 동일해진 것이죠.

구글의 플랫폼에 대한 야심은 크롬을 오픈소스화하는 전략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개발자들의 마음을 사겠다고 단단히 마음 먹은 것이죠. 만화의 내용도 거의 대부분이 기술적인 내용입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컴공 수업 시간에나 들었을 법한 기술적인 내용을 이야기하죠.  (물론 오픈소스화는 반독점법에 대한 핑계를 위한 미끼로 보이기도 합니다만;;;)

하여튼, 구글은 이제 바탕화면에서 아이콘 클릭 한번으로 구글 스프레드쉬트를 "작동"시키는 통로를 만들기 시작하고 개발자들을 끌어 안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이 과언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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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모바일도 노린다.

크롬이 안드로이드의 브라우저가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겠으나, 느낌 상에는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탭을 프로세스로 만든 것부터 시작해서, 현재 노키아 S60과 애플 iPhone 사파리 등에서 사용되는 엔진인 웹킷(Webkit)과 엄청난 자바스크립트 처리 속도를 자랑하는 Virtual Machine인 V8의 등장, 빠른 텍스트 렌더링, 좀 더 똑똑한 메모리 관리 등 모든 면에서 크롬은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되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모바일이란 반드시 핸드폰이나 스마트폰, PDA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니노트북, UMPC, 심지어는 넷북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기기들도 어디서든지 점점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지금 세상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의 거대한 물결에 탑승해서 가려고 하는 시도라고 할까요?

[+1] 우리와는 별로 상관 없는 얘기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구글OS를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주 슬픈 현실이죠. 어제 밤에는 너무 속상해서 테크노김치에다가도 "일러 바치는" 글도 올렸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현석님의 글을 봐도 파이어폭스보다도 사용성이 떨어집니다. 오픈웹에서 왜 패소했는지를 찾아보면 너무 기가 막힌 판결문만 보이고요. 석찬님이 정리하신 우리의 행보를 보면 IE8 역시 큰 희망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크롬을 사용해본 저는 크롬은 언제 "IE Tab"이 나올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몇일 전에는 맥에다 드디어 버츄얼박스를 깔고 XP를 설치했죠.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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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크롬의 등장은 브라우저 시장의 새로운 전쟁을 뜻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웹과 데스크탑을 아우르는 컴퓨팅 플랫폼의 새 주인이 누구인가 겨뤄보자는 구글의 선언이기도 합니다. 넷스케이프가 이루지 못한 꿈을 구글은 과연 이룰 수 있을까요? 흔히 우리가 "구글빠"라고 부르는 분들은 구글의 이런 야심을 꿰뚫어 보고 있을까요?

우리도 구글 크롬 이야기가 단순히 블로거들의 입담 거리로 끝나지 않는 세상이 속히 오기를 바랍니다.


Firefox Ubiquity: 웹브라우징의 새 지평을 열다

by 정지웅

What is Ubiquity?

얼마 전에 Ubiquity라는 도구가 소개되면서 웹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이미 접해보신 분도 많겠지만 Ubiquity는 Firefox 브라우저의 플러그인입니다 (설치 URL).

브라우저상에서 단축키를 누르면 간단한 커맨드 입력창이 뜨고, 이 창에 명령과 수행할 대상을 입력합니다.  Ubiquity는 그 명령에 따라 적절한 기능을 수행하죠. 길고 복잡한 명령을 언제 다 치냐구요? 한두 글자만 입력해도 이미 적절한 결과를 가이드해줍니다. 예를 들어, 아래처럼 Twitter에 접속하지 않고서도 간단히 글을 남길 수 있지요. 'add' 까지만 치고, 한 칸 띈후 일정에 대한 설명을 입력하면 'add-to-calendar'란 명령을 통해, 구글 캘린더에 일정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아래 동영상을 보시면 이해가 빠르시겠네요.


Ubiquity for Firefox from Aza Raskin on Vimeo.

Ubiquity 단축키를 누른후, 간단한 키입력 한두 글자 만으로도 무궁무진한 기능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각 기능들에 대한 일람은 여기에 잘 정리가 되어있습니다.

대략 아래의 3가지 축으로 기능들을 나눠 볼 수 있겠네요

1. 검색
가장 기본이 되는 기능은, 다양한 검색엔진 및 검색기능과의 연동입니다. Google,Amazon,Youtube등 다양한 소스들을, 한두 글자 입력을 통해 검색을 수행할 수 있고, 요약 결과는 실시간으로 Ubiquity 창에 보여지죠.

2. 웹 애플리케이션 연동
Delicious , Google Maps, Google Calender 등은 막강한 기능을 지원하지만, 웹 애플리케이션의 특성상 사용자가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이트 접속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 장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브라우저 플러그인 설치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지만, Ubiquity는 단일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줍니다.

3. 브라우저나 Javascript를 이용한, 자체 기능
탭 조작이나 선택한 텍스트의 글자수 세기 같은 간단한 기능들도 Ubiquity를 통해 사용할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단순한 기능이지만 여태까지 저런 기능들때문에 직접 웹사이트를 찾아헤맸던 사용자들이 얼마나 많았던지요.

작은 변화, 새로운 경험, 큰 파장.


어떻게 보면, Ubiquity는 사용자 경험을 작게나마 변화시킨 시도에 불과합니다. 유사한 시도들도 이미 많이 존재했죠. Ubiquity를 개발한 Aza Raskin이 이전에 선보였던 Enso만 해도 그렇습니다. (여담이지만, Aza Raskin은 맥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Jef Raskin의 아들입니다. 사용자 경험을 향한 2대에 걸친 노력들. 멋지지 않나요? ^^)

하지만, Ubiquity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왜냐하면 첫째로 웹브라우저와 통합되었기에, 웹에 있는 다양한 리소스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말그대로 "Ubiquitous Tool"이 되었기 때문이구요. 둘째, 다양한 웹 애플리케이션과 엮이는 플랫폼으로써 기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개발자들은 간단한 프로그래밍만으로도, Ubiquity를 위한 추가기능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철수님은 벌써 Ubiquity용 me2day 커맨드를 만들어 공개하셨네요!)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두번째 흐름, "플랫폼"입니다. 도대체 플랫폼이 뭐길래 Ubiquity가 이런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요?

브라우저가 플랫폼이 되는 세상

이제는 우리에게도 많이 친숙해진 Open API. 대체 이득이 뭐길래, 소중한 자산인 데이터와 기능을 개방하는 것일까요? 그 이면에는 바로, 플랫폼에 참여하는 Player들의 자산을 활용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생태계 중심의 전략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주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은 생태계에서 보충함으로써 서로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플랫폼의 출현은 비단 Facebook과 같은 웹 서비스 플랫폼이나 Google과 같은 인프라 플랫폼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이전부터 이야기되었던 웹브라우저의 플랫폼화 - 'Browser as Platform'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죠. 우리가 늘상 쓰는 웹브라우저를 이러한 생태계의 중심에 놓겠다는 시도인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이를 통해 특정 사이트나 서비스의 틀에 억매이지 않고 사용자와 그 생태계의 참여자들에게 공정하게 배분하겠다는 시도가 이런 '플랫폼으로써의 브라우저'이 의미하는 바라고 하겠습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Mashable에 언급된 Ubiquity에 대한 이야기를 보시거나, 오래 전부터 이 주제를 이야기해오신 Channy님의 글들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포털 vs 플랫폼 전쟁의 서막

이런 변화들이 여태까지 '웹 2.0'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많은 변화들처럼 그저 해외의 사례로만 치부될까요? 사실 이번 변화는 우리나라에 불어 닥칠 경우 그 파장이 가장 클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는 우리나라 사용자들의 근본적인 웹 사용양태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포털 사이트가 모든 사용자 경험의 중심에 놓여있습니다. 아래 세 가지 관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 URL 체계 -> 포털 검색창
    대부분의 사용자는 도메인이나 URL은 인식조차 하지 못합니다. 이미 검색창이 웹의 모든 곳으로 가게 해주는 가장 편리한 수단이거든요.
  • 웹 데이터베이스 -> 포털의 자체 DB
    여러 곳에 분산된 데이터들조차 무의미합니다. 좋은 정보가 잘 구축되어있는 사이트가 100개 있어도 그런 정보들을 취합해 구조화된 인터페이스로 더 잘 정리해놓으니까요. 좋은 정보가 필요하면 자체 DB를 더 늘려 나갈 뿐입니다.
  • 웹 애플리케이션 -> 포털의 자체 웹 애플리케이션
    상당수의 사소한 기능마저 포털에서 제공하는 작은 서비스 하나로 대체되는 걸요. 다른 서비스들은 뭘하죠?
여기에 더해 각 포탈들의 폐쇄전략으로 인해 각각은 닫힌 계(System)로 동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폐쇄전략을 세련스럽게(?) 잘 수행하고 있는 네이버가 한국의 웹을 독점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고요.

하지만 Ubiquity를 기수로 내세우는 Firefox같은 브라우저 중심의 플랫폼들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보다 나은 접근성, 보다 나은 사용자 경험, 보다 다양한 선택을 내세우면서요.

그때에 이르면 포털은 더 이상 닫힌 계로 동작할 수 없습니다. 사용자는 필요한 정보를 얻고 나가버리면 그만이거든요. 아웃링크(Out Link) 중심의 사용양태가 나타나면 포털이 주는 상대적인 기득권들은 하나씩 무력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그 기득권의 합리적인 이유가 되는 광고라는 수익모델이 근본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지요. 적어도 더 이상 검색결과 상위를 할당하는 검색광고나 무작위적인 디스플레이광고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을테니까요.

모든 것은 이제부터 시작일뿐.

사실 이런 상황은 매우 낙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긴 합니다. 한국 웹 시장의 현실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가능성 또한 높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앞으로의 글들에서 꾸준히 말씀드리겠지만 브라우저가 아닌 다른 형태와 다른 영역의 플랫폼들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구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주고 싶다던 Raskin 부자의 꿈에서 시작한 Ubiquity라는 작은 시도가 모질라 재단의 플랫폼 전략과 만나 거대한 변화의 물꼬를 트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의 징후 속에 어떤 기회를 찾아야 할까요?

한 가지 분명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겠지요 :)

잊지 맙시다: 웹 2.0은 "플랫폼으로서의 웹"

by 태우

(이 글은 태우's log에 지난 5월에 이미 기재한 글이나, 쿱미디어 독자들을 위해서 조금 변형하여 다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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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2.0: Web as platform (Tim O’Reilly, 2005)

웹 2.0에서 사람에 초점을 맞추면 “미코노미“ 가 나옵니다. 즉, 주목의 희소성과 같은 다양한 문화와 경제적 요건으로 인해,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능동적으로 경제의 공급자의 위치에 들어가는 현상을 기준으로 웹 2.0을 바라볼 때 말이죠.

이러한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그리고 가장 신속하게 움직인 업계는 바로 정보/미디어/컨텐츠업계입니다. 구글이 1위가 된 이유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아시스 같은 검색을 선사했기 때문이죠. 돈 역시 정보와 컨텐츠에 핵심을 둔 광고를 통해서 벌어들였습니다. 네이버가 1위가 된 이유? 조금은 다른 경로를 거쳤지만 결국 같은 이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2004년에 첫 "웹 2.0 컨퍼런스"가 미국에서 열렸을 때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웹 2.0이란 사람이 아닌 컴퓨터, 즉 기계를 위한 웹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즉, 웹을 컴퓨팅 환경으로, 다시 말해 웹 2.0의 가장 근본적인 정의라고 말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웹 (Web as platform)”을 의미한 것이죠. 우리가 현재 이해하고 있는 웹 2.0의 개념과는 많은 거리가 있죠.

사실 사회적인 의미가 더 해지면서 웹 2.0은 세상을 바꿀 구세주와 같은 조류로 둔갑을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블로그 등을 통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부터 웹 2.0 블로그를 운영했던 저 역시 그 중 하나였고요 ^^ 그리고 그 몫은 고스란히 구글과 네이버가 챙겨갔습니다. (최소한 구글은 트래픽과 수익을 나누어 주기는 하지만.)

“참여, 공유, 개방”의 성장을 통해서 우리가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이런 이상주의의 성공보다는 구글과 같은 플랫폼 기업의 세력 확장이었습니다. 석찬님은 “웹2.0 시대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컬럼에서 이를 정확하게 짚었습니다. OpenAPI 등을 통한 공유는 어떤 면에서 본다면 결국 철학보다는 “전략”에 훨씬 가까울 것이다. 제가 태우's log에서 굳이 그동안 "철학"이라는 단어보다는 "분산화 전략"이라는 단어를 썼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죠.

지난 4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웹 2.0 엑스포에 참가하면서 느낀 점이 둘 있었습니다. 하나는 이제 웹 2.0 거품은 터졌다는 것입니다. 여러 기업이 실제적으로 돈을 많이 벌고 있지만 3년전과 같은 설렘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습니다. 이유? 제 2의 구글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는 “웹 2.0 업계”는 더 이상 미디어 업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컴퓨팅 업계로 다시 변화하고 있습니다. 4월 웹 2.0 엑스포의 모든 초점은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클라우드 컴퓨팅”이었습니다. 데이터와 컴퓨팅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잘 하는 곳에 다양한 기술적 기반을 이용하여 맡기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이죠. 서버장사를 하는 Sun Microsystems의 조나단 슈왈츠가 키노트에 나오고, 야후에서 서치몽키와 Y! OS 를 소개하는 모든 것이 아마도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입니다. 부스들을 돌아다녀봐도 마찬가지였고요. 어디 하나 OpenAPI 없는 곳이 없고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곳이 없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세일즈포스 등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인지하고 전략적으로 잘 이용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세상은 분명히 변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크리스 카포셀라 부사장은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인하우스 컴퓨팅을 버리고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옮겨 갈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존 웹서비스의 트래픽이 아마존 자체의 트래픽을 추월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납니다. (참조: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한가지 더. “오픈”은 극히 냉철한 비지니스 세계에서의 전략이지만, 동시에 사회적으로 분명히 훌륭한 점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바로 “기회의 민주화”라는 점에서입니다. 블로거들이 무언가 해보려는 노력이 성공될 수 있고, 여기저기 서비스를 잘 조립해서 훌륭한 서비스를 단 시간내에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웹의 “연결”이라는 본래 정신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요? 기본적으로 미국과 같은 열린 웹의 생태계가 구축되기를 바라는 것은 SI라는 큰 장벽이 걸치고 있는 우리에게는 조금 무리겠죠. 하지만 동시에, 분명 지금같이 앞뒤가 꼭 막힌 상황에서 개선의 여지는 엄청나게 많이 있다는 사실은 잊으면 안 됩니다.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 생태계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일까? 나의 제자리는 어디일까?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바로 지금이 모두가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죠.

bigswitchcover2thumb.jpg p.s. 책 한권 소개합니다: Big Switch. 컴퓨팅 파워가 과거의 전기처럼 유틸리티화되어 가는 과정을 서술한 책입니다. 한국의 배경과 큰 차이는 있지만, 큰 그림을 이해하는데 아주 크게 도움이 되는 책으로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