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기술의 경제학: 생산비용이 끊임없이 떨어진다.

by 정지웅

철도의 발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류의 역사에서 위대한 발견으로 일컬어지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수도 없이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교통/통신 분야를 본다면 문자, 인쇄술, 철도, 전화, 인터넷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이러한 발견들은 하나같이 단순한 기술적 진보에 크지지 않고 사회적 변화의 분기점이 되어왔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에 비견될만한 가장 최근의 변화로 사람들은 흔히 철도를 꼽곤 합니다. 지역 중심의 경제생활체제를 허물고 결국에는 산업혁명을 촉발했던 그 영향력이 오늘날 인터넷이 물리적 경계를 뛰어넘는 네트워크로써 미치는 영향력과 유사하다고 보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런 인터넷의 크고 작은 속에서도 요즘 유독히 눈에 띄는 흐름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 즉 인터넷 시대의 생산비용에 관한 변화들입니다. 그런 예를 세 가지만 들어 보겠습니다.

1. 웹 개발의 철도 -  Ruby on Rails

소프트웨어 개발 중 웹 개발이 가지는 특징을  두 가지 정도 들 수 있습니다. 표준화된 기술을 가공하는 것이 주가 된다는 점과 빠르게 변화하는 요구사항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표준의 제한된 범위내에서 효율을 추구한다는 것이 그만큼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일이고 소통이 부족한 조직일수록 요구사항의 변화폭이 커지기 때문에, 사실 웹 개발은 그 중요성이나 난이도에 비해 아직까지도 소위 3D업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취급(?)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

그런 웹 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루비 언어로 개발된 웹 개발 프레임워크인 Ruby on Rails (이하 레일스)입니다. 레일스가 주목받은 이유는 바로 '생산성'이라는 측면이지요. 언어나 프레임워크가 압도적으로 뛰어나서가 아니라 태생부터 웹이라는 분야에 최적화되었기 때문에 노가다(?)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것입니다. 개발자들은 이제 온전히 변화하는 요구사항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구요. 기차의 철로(레일)를 뜻하는 'Rails'라는 이름에서처럼 가장 변화 무쌍한 웹이라는 영역에 위치한 개발자들은 이제 맞춤형 철도를 손에 넣은 셈이네요. 국내에서도 다음 캘린더, 스프링노트, 미투데이 등의 서비스가 이러한 레일스의 생산성을 잘 살린 서비스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2. 확장 이사 고민 끝! - Amazon Web Services과 Google App Engine

레일스와 같은 프레임워크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 생산성은 높아졌습니다. 눈살 찌푸릴 일 없이 유쾌하게 개발할 수 있겠죠. 하지만 사실 아직 우리에게는 '확장성(Scalability)'라는 큰 암초가 남아 있습니다. 100명이 사용하는 웹 서비스와 10만명이 접속하는 웹 서비스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다루어져야겠죠. '우리 서비스가 대박나면 어떻게 하지? 서버도 늘려야 하고~ 아이고 신경쓸게 한두가지가 아니네...' 사실 우스운 고민입니다. 사용자에게 줄 수 있는 효용보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서버폭주를 우려해야한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절대 고민하지 않을 수도 없는 실정이죠.

Amazon Web Service (이하 AWS)와 구글의 App Engine은 이런 고민을 덜어 주는 플랫폼입니다. 서비스에 필요한 인프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플랫폼을 모두 제공해주고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사용자가 저장공간이나 CPU 개수 등 그 규모를 조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다양한 기반 기술을 마치 서비스처럼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용도 쓴 만큼만 내도 되구요.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저런 인프라를 구축/개발하는 비용과 운영하는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측면입니다. (Amazon은 이런 개발비용에 주목하고 벌써 지불결제를 위한 DevPay라는 인프라까지 AWS를 통해 선보인 바 있습니다.) 100명만 쓰던 서비스에 갑자기 10만명이 몰려올까 고민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외국에서는 이미 Slideshare와 같은 서비스가 파일다운로드같은 가변적인 부분에 AWS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Slideshare엔 벤처캐피탈 대신 AWS를 사용해서 창업하기 같은 PPT도 올라오곤 하죠 ^^; ) 국내에서도 ThinkFree의 웹오피스가 AWS의 EC2와 S3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3. 인디 소프트웨어를 위한 음반사  - iPhone과 Android

개발도 쉬워지고 인프라도 얻었지만 왠지 허전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요? 사실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이 홀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유통과 홍보를 위한 '판'이 있어야겠지요. 그리고 그런 '판'을 외국에서는 플랫폼(Platform)이라고 세련되게 부릅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그리 쉬운 호칭은 아닙니다. 플랫폼이 완결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개발과 유통, 그리고 서비스에 있어서 완전한 생태계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한 마디로 개발자, 공급자, 사용자에게 모두 이익과 만족을 줄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만 플랫폼으로 부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iPhone의 애플리케이션 유통 플랫폼인 AppStore가 바로 이런 완결성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기술적인 우위나 심미적인 관점을 떠나서도, 이해관계자들간의 폐쇄적인 관계구조로 점철된 모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 시장에 단일 플랫폼이라는 단비를 내려준 것만으로도 그 의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이제 AppStore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사용자에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유통시킬 수 있게 된것입니다. 마치 스타 가수가 아니면 음반을 안내주던 메이저 음반사들 위주의 시장에 인디 가수들의 음반도 다 발매해준다는 인디 음반사가 등장한 격이랄까요? (물론, 이 플랫폼 또한 애플만의 독점적인 유통망이기에 구글도 Android라는 오픈 플랫폼을 통해 살짝 발을 디밀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가능성 때문에 국내에 출시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인과 기업들이 iPhone 플랫폼에 대한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ias님은 벌써 미투데이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인 미투아이를 내놓으셨네요. (인디S/W라는 문구도 ias님의 글에서 빌려왔습니다. ^^)

이 모든 것의 의미는: 기회의 경제

다시 한번 기술의 변화 이야기로 되돌아 가보겠습니다. 인쇄, 철도와 같은 위대한 변화의 공통점은 결국 인류에게 생산비용의 큰 하락을 가져다 주었다는 점입니다. 글을 쓰고 배포하는 비용을 낮추어준 인쇄술, 지역을 넘어 잉여생산물을 유통할 수 있게 도와준 철도.

웹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다시 한번 생산비용의 절감을 실감합니다. 개발-확장-유통의 비용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지금, 더 이상 기업이나 대형 조직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가 무척 쉬워진 것입니다. 그리고 낮아진 비용은 결국 더 많은 가능성, 즉 기회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태우님은 '미코노미'라고 부르죠. ^^

결국 이런 변화들이 시사하는 것은 기회의 경제, 즉 '0'에 가까워지는 낮은 생산비용이 더 많은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경제 구도의 변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전히 성공의 확률은 낮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그런 확률조차 대부분의 개인에게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다릅니다. 낮은 실패비용이 우리를 더 많은 기회로 인도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지요.

인디 개발자의 예를 들었지만 이야기는 결코 개발자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웹이라는 생태계는 본질적으로 누구에게나 더 많은 기회와 다양한 확률을 제공하니까요. 일례로, 많은 성공한 창업자들은 하나같이 수만불 이하의 자기 자본으로 창업(Bootstrapping)하는것을 권고하곤 합니다. 그만큼 생산비용이 적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국내에서도 이런 바람은 분명히 불고 있습니다. 극도로 고착화된 한국 시장에서 아직까지 "대박"난 회사를 찾아보는 것이 어려울 뿐이지, 생산비용의 낮아짐에서부터 오는 변화의 바람은 분명 이바닥에 조만간 여러 형태로 불어닥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철도와 전화가 처음 등장했을때 어떤 이들이 충격에 휩싸였고 어떤 이들을 그것을 한낱 시간의 변화가 의례히 만들어내곤 하는 '현상'으로만 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겐 그것이 '기회'였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그들을 '시대의 흐름을 포착해낸 사람들'로 부르곤 합니다.

개개인의 생산비용이 급격히 낮아지는 웹의 변화.

여러분에겐, 이 변화가 '현상'인가요, 아니면 '기회'인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