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혁신방해 일등역적: "일이 너무 많아요"

by 태우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연간 2000시간을 뛰어넘어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임금수준은 여전히 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기획재정부와 OECD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지난해 2261시간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길고 임금수준은 OECD 평균 60%에 그쳐 일한 시간에 비해 임금은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 "韓 근로자, 일은 많고 임금은 쥐꼬리" (아시아 경제)

"일한 시간에 비해 임금은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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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고 많은 국내기업이 외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지식경영", "평생학습", "창의력", "혁신" 등입니다. 하지만 이런 단어들이 현업에서 실제적으로 적용되는 방식을 살펴보면 이 모두를 묶어서 "환골탈태"라는 한 단어로 축약될 때가많습니다. 이 단어의 본래의 의미는 "뼈를 바꾸고 태를 빼낸다는 뜻으로 몸과 얼굴이 몰라볼 만큼 좋게 변한 것을 비유하는 말 (네이버 백과사전)"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마저 현업에서 진짜로 적용되는 방식을 보면, 결국 "일 더 열심히 해"로 해석이 될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한단계 더 나아가보면 "일 더 많이 해"로 가게 되죠. 이상하게도 혁신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공식이 성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혁신 =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혁신이 열정이라는 단어로 탈바꿈되어 있고 열정이라는 단어는 언젠가부터 "순종" 또는 "충성"으로 탈바꿈되어 있습니다.

혁신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훌륭한 도구나 방법론의 도입으로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일어날 수도 있고 훌륭한 회의문화를 정착시킴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탄생시켜 제품이나 마케팅의 혁신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일을 하느냐" 보다는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할 때가 많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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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Web 2.0 Expo에 갔을 때 전세계 블로깅서비스를 뒤흔들고 있는 워드프레스의 창시자 Matt Mullenweg의 발표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현재 워드프레스의 가입형 서비스인 wordpress.com의 회원이 5천만명에 이르는데 워드프레스를 담당하는 기업인 오토매틱의 직원은 총 21명이라고 했습니다. 거기다가 오토매틱은 사무실도 없이 직원들이 전세계에 퍼져서 재택근무를 하는 버츄얼기업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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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에 웹 2.0 신데렐라로 손꼽히는 트위터를 방문했을 때도, 당시 이미 알렉사에서 전세계 트래픽 순위 300위 안에 들던 트위터의 직원은 불과 8명에 불과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이었던 에반 윌리엄스의 경우 거의 트위터 사무실에 없었습니다. 사실은 트위터와 동시에 운영하고 있던 파드캐스팅의 대명사인 오데오(odeo) 관련 일이 더 바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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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지원 2.0"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GetSatisfaction의 경우(나중에 한번 소개할 계획입니다), 직원수가 겨우 4명에 불과합니다. 시작한지도 몇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여기에 입점한 회사들의 이름을 보면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은 말할 것도 없고 트위터, SlideShare, HP, 유투브 등이 들어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식을 통해서 얻어내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이런 것이 과연 혁신이 아닐까요?

우리는 항상 효율성과 생산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사람(직장인 + 고객)을 움직이는 마인드는 효율성에 기반한 경제적 마인드보다는 사회성에 기반한 문화적 마인드일 때가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우뇌(감수성)이 발달한 동양, 좌뇌(합리성)이 발달한 서양이라는 프레임워크에 넣어 설명하는 분들을 주위에서 본 적도 있습니다.

이런 논리가 타당한지는 좀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는 일을 훨씬 더 많이 하고도 더 혁신적인 일들이 터지지 않는 우리의 현상태에 대해서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구가 없어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양성이 부족하고 스케일도 작은 시장"이라는 변명도 어느 정도까지만 먹히지 않을까 합니다.

혁신을 끊임없이 배출해낼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단순히 기업문화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타성적이 되고 게을러지는 개인을 탓할 수도 있을까요?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