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브랜드가 웹2.0 시대의 핵심자산일까?

서부시대에 세워진 미국의 은행 건물을 보면 그렇게 화려할 수가 없습니다. 장중한 양식에 대리석, 청동장식 등 많은 돈을 들여 건물을 장식합니다.

당시 은행들이 건물 짓는데 큰 돈을 쓴 이유를 경제학자 스펜스는 '정보비대칭 (Information Asymmetry)'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무법천지 서부시대에 사람들이 무엇을 믿고 은행에 큰 돈을 맡기는 것일까요? 돈 떼먹고 도망가면 어떻게 하려고?  연방정부의 보증도 없던 시대에 은행이 고객의 돈을 예치받는 비결은 신뢰를 주는 것이고 그 유력한 수단이 바로 많은 돈을 들여 지점을 꾸미는 것이었습니다.

그 많은 돈을 들여 건물을 지었다면 하루살이 사기꾼처럼 돈을 챙겨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암묵적 신호를 고객들에게 준다는 것입니다.  수입차 판매상이 전시장을 꾸미는데 많은 돈을 들이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현상입니다.

문제는 인터넷 쇼핑몰인데... 인터넷 쇼핑 사기에 속아 돈을 날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이유는 그럴싸한 홈페이지 하나 만드는 것은 은행지점을 내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쉽기 때문이지요.  별 돈 들이지 않고 인터넷 상에서 얼마든지 신뢰의 아우라를 조작해 낼 수 있기에 쇼핑몰 사기가 여전히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의 가장 큰 자산은 브랜드입니다. 브랜드는 곧 명성이고 신뢰이며 거래의 영속성을 보증하는 미래의 인질이기 때문이지요. 유명 브랜드가 함부로 브랜드의 신뢰를 떨어뜨릴 행동을 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투자한 돈이 얼마인데...  

이런 이유로 크리스 앤더슨이 '롱테일'에서 주장하는 바와 달리 인터넷 시대가 될 수록 빅 브랜드 만이 살아남습니다. 브랜드는 곧 미래의 보증에 대한 심리적 부채이기에 근본적인 신뢰의 위기를 이미 내포하고 있는 인터넷에서 유력한 대안이기 때문이지요.

브랜드 파워가 없는 군소 제품, 무명 아티스트의 노래가 큰 돈 들이지 않고 인터넷 상에서 신뢰를 얻는 비결은 바로 얹혀 가는 것입니다. 유명 브랜드에 얹혀가기, 다시 말해 해당 브랜드의 Endorse를 받는 것이지요. 마치 정부가 발행한 서류가 신원보증을 하듯.

정보비대칭 이론은 왜 세계화가 가속화 될 수록 스타벅스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번성하는지도 설명해 줍니다.

동남아 여행 중에 갑자기 커피 한 잔이 그리워졌습니다. 어느 곳엔가 맛있는 커피를 값싸게 파는 곳이 많이 있겠지만 뜨내기 관광객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이 때 스타벅스같은 익숙한 글로벌 브랜드는 품질과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탐색시간이라는 거래비용을 순식간에 없애주는 것이지요.

인터넷 보급과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다른 무엇보다 브랜드가 가장 가치있는 자산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크리스 앤더슨은 롱테일의 성공사례로 아마존, 아이튠즈, 구글 애드워즈 등을 들고 있는데 이런 주장은 마치 방안의 흰 코끼리를 모른 척 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롱테일 현상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측은 군소 아티스트나 중소기업이 아니라 바로 이들을 보증하고 유통시켜주는 대가로 영속적인 마진을 취하는 빅 브랜드들이기 때문입니다.  

정신차리십시오. 인터넷 시대의 승자는 개미군단이 아니라 이들에게 보증료를 징수하는 빅 브랜드입니다. 인터넷 시대에 성공하려면 스스로 막강한 브랜드가 되거나 아니면 연대해 공동의 파워 브랜드를 만들어 내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정보비대칭' 이론이 가르쳐 주는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