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무슨... 아이팟 하나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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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B(Jean)

커피 마시고, 피자 먹고, 화장하고, 전화하고, 컴퓨터 하고, 잠 자고, 섹스하고...

미국인이 자동차 안에서 하는 일들입니다. 독일처럼 자동차는 운전만 하는 곳이란 규범이 강한 나라에선 상상 못 할 일이지요. 

이런 모습을 보면 미국인에게 차는 '이동'보다는 '주거'의 수단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곧 자동차는 Automobile이라기 보다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Shell인 것이지요. 하긴 미국인의 태반이 인생의 첫 경험을 자동차에서 치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인이라도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처럼 주차비 비싼 대도시에 살거나 차를 살 형편이 못 되는 10대들은 지하철-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거칠고 소란스러운 도시에서 이들이 어떻게 나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영국의 미디어학자 마이클 불은 'Sound Moves: iPod Culture and Urban Experience' 에서 그 해답을 보여줍니다. 바로 애플 아이팟이라는 것이지요.   

지하철과 버스의 소음이 아무리 심해도 아이팟의 이어폰을 귀에 꽂는 순간 자신만의 세계로 순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즐겨듣던 친숙한 음악이 그곳이 어디든 나만의 아늑한 공간으로 바꾸어 주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하얀 이어폰은 '지금 나만의 세계에 들어가 있으니 방해하지 말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결국 아이팟은 음악이라는 오디오 보호막을 쳐주는 유효적절한 도구인 것이지요. 아이팟은 곧 200달러짜리 '빈자의 자동차'입니다. 

지난 해 실시된 <日本經濟新聞>의 조사에서도 이런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자동차 내수시장이 쪼그라드는 것은 아이팟같은 휴대기기의 매력에 푹 빠진 젊은이들이 도무지 차 살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시 조사의 결론이었습니다. 

만약 '아이팟 버블(iPod Bubble)'이 사적인 공간이라면 반대로 이를 열어줌으로써 소통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추론에 이릅니다. 실제로 이성을 유혹하고 낯선 이와 안면을 트는 도구로 아이팟을 활용하는 서구의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즉 아이팟에 상대의 이어폰을 꽂도록 허락해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지요. 

가장 사적인 영혼의 울림인 음악을 이성과 낯선 이에게 들려줌으로써 마음을 열고 교류가 트이는 것입니다. 곧 자신의 버블 안으로 상대를 불러들이는 것이지요. 물론 다른 이의 버블로 걸어들어가기도 하고. 

아이팟에서 발견한 버블의 논리를 블로그와 SNS에 적용할 수 있을지도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휴대 인터넷이 널리 보급돼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도 블로그와 싸이질을 끊김없이 할 수 있다면 이것 역시 자신만의 버블로 걸어들어가는 셈이겠지요. 

LG오즈폰이나 아이폰으로 블로그에 빠진 사람이 지하철의 현실공간과 사이버 공간에서 동시에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실공간의 노크와 사이버공간의 노크 중 어떤 두드림이 더 크게 울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