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을 없앤다면.... WEB 2.0 다운 신문

by PSB(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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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2년 전에 쓴 글이군요. 이 글이 나온 뒤 올블로그가 비슷한 컨셉으로 사이트를 개편 해 '오비이락'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래된 글이지만 '쿱 미디어'의 웹2.0 아카이브를 풍성하게 할 수 있겠다 싶어 옮겨 보았습니다.

비슷한 때 나온 비슷한 주제의 책 4권입니다. 여기에 하워드 라인골드의 'Smart Mobs'를 더하기도 하는데 모두 네트워크와 여섯단계 법칙을 공통의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모두 Web 2.0 논의의 근간이 되는 개념이지만  오늘은 EMERGENCE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신문의 섹션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정치,경제,사회,국제,문화.... 모두가 다 아는 익숙한 분류지요. 수천년에 이르는 인류의 지혜와 경험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대분류고 앞으로도 영속적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인간의 관심사들을 나누는 카테고리입니다.

외국 매체의 영향을 받은 탓도 있고 급변하는 독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기도 해 예전에 보지 못 했던 섹션들이 신문에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주로 외래어를 빌은 지면들인데요... 메트로, 라이프, 쿠킹, 트래블 등.... 각종 새로운 섹션들이 속속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또 초대형 이슈가 터질 때도 신문은 재빨리 기획면을 만들어 내지요. 이라크전 5주년, 월드컵 100일, 대선후보 따라가기... 등 최신 이슈들을 따라가는 별도의 기획면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고 모든 섹션, 혹은 기획면은 탄생하는 순간 독자의 최신 관심 영역에서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마치 차가 출고되자 마자 시장에서 중고차 취급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나 할까요?

신문이 아무리 시대의 흐름을 기민하게 반영하려 애쓴다 해도 하나의 섹션이 이름을 달고 나오는 순간 독자의 생활권에서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독자들의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담아내겠다고 만든 섹션이 정작 태어나는 순간부터 독자들과 어긋나기 시작하니 참으로 지독한 아이러니입니다.

그래서 좀 미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이 땅의 모든 신문이 섹션시스템을 아예 폐기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 주장의 배경에는 EMERGENCE에 대한 저의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이런 인터넷 신문을 상상해 봅시다. 섹션의 타이틀 이미지가 JPEG이 아니라 GIF인 섹션 말이지요. 마치 자막이 흐르는 전광판처럼 섹션 분류는 그 날의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키워드로 매일 아침 대체됩니다. 그 날의 키워드를 따라 생성된 새로운 섹션에 맞추어 수천여개의 관련 기사 역시 자동으로 추출되어 하나의 섹션 면을 완성합니다.

마치 대형 할인매장이 보유한 수백만개의 제품이 그날의 고객의 기호와 시장상황에 따라 순식간에 헤쳐모여를 반복하며 매대에 진열되는 형국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할인매장의 제품은 물리적으로 절대로 불가능할 대규모의 실시간 헤쳐모여가 단지 인터넷 상의 기사라는 이유만으로 가능한 것이 다른 점이지요.

구글은 일주일간의 최다 검색어를 추출해 Google Zeitgeist는 순위를 국가별 지역별로 작성해 보여줍니다. 섹션없는 인터넷 신문의 섹션배치 애드립 역시 구글 검색엔진이 제시해 주는 독자들의 관심사와 마찬가지로 그 키워드가 매일 달라질 것입니다.

사실 신문을 포함해 언론의 핵심 역할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 날의 시대정신, 즉 자이트가이스트를 보여주는 것. 하지만 이미 분석한 바와 같이 이미 틀에 박힌 진부한 섹션의 카테고리는 독자들의 변화무쌍하는 정보욕구를 담아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언론사에서 예술적 수준의 뉴스 선구안을 지닌 관록있는 편집국장과 취재를 통해 방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바로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유력한 방법이 이것이었기 때문이지요. 최소한 지금까지는 말입니다. 시대정신 없는 언론은 존재가치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정으로 Web2.0 다운 인터넷 신문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막강한 검색엔진의 힘을 빌어 독자들의 클릭스트림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그날 그날의 핵심 키워드를 찾아내며, 이 키워드에 맞추어 새로운 섹션을 매일 생성해 내고, 이 섹션 면을 채울 수천여개의 관련 기사를 자동으로 찾아 내 배열하는 것.

편집국장의 동물적 감각에 의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과학적이고 독자의 정보욕구에 정통한 접근법이지요. 신문이 고착화된 섹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곧 자기 매체의 독자들에 대해 선입견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고 이것은 결국 스스로가 독자들의 시대정신을 담아내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만천하에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상상하는 Web 2.0시대의 인터넷 신문은 모든 섹션이 수명 하루짜리의 기획면으로 운영되는 신문인 것입니다.

독자들에 대한 고착화된 이미지를 임의로 투사하는 대신에 방대한 데이터와 클릭스트림 분석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즉 Emerging 하는 그 날의 키워드를 짚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유능한 편집국장의 역할 아닌가요? 이 기능의 상당부분을 검색엔진의 힘을 빌어 해결해 보자는 것이 제 아이디어의 핵심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