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은 포털과 이통사에 눌려 질식중"

by PSB(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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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더니 'Off-deck' 솔루션도 허락 않는다는 한 이통사 관계자의 말에 기가 막혔다. 네이버의 행태도 별로 다르지 않다던데... 일본을 보라, 얼마나 흥미로운지. 곳곳에서 벌어지는 혁신을 모두 들려주자면 1주일이 모자랄 것이다." - Lawrence Cosh-Ishii, 일본 Mobikyo 사장

부끄럽고 자존심 상했습니다. 한국이 더 이상 인터넷 강국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해외에도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그 원인이 포털과 이통사가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를 질식시키고 있어서라는 것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구요.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일본 업체의 대표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이 더욱 자존심 상했던 것은 일본이 바로 우리와 비슷한 이유로 침체기를 겪었기 때문이지요.

사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인터넷을 접했던 나라입니다. NTT 도코모 등이 휴대폰 인터넷을 널리 보급시켰고 이에 따라 아이러니하게도 웹의 발전이 더뎠던 것이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형편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무선 인터넷은 정확하게 말하면 인터넷이라기보다는 '재팬넷'이었습니다. 일본의 유저들은 그래도 이런 인터넷에 만족했고 이는 후일 웹 플랫폼을 일본에 보급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했지요.

일본이 인터넷 사업에서 한국에게 한 때 뒤졌던 것도 바로 혁신을 방해하는 거대 사업자와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있던 기술적 환경이라는 배경이 있었던 것이지요.  

일본의 이런 형편을 두고 훈수를 두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이제 똑같은 비판을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의 관계자에게 듣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포털과 이통사는 과거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가 그랬던 것처럼 통신망을 흐르는 소프트웨어나 컨텐츠에 'Agnostic'한 입장을 견지해야 합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KT나 하나로 텔레콤, 두루넷 등이 자사의 망에 어떤 솔루션과 컨텐츠가 흘러갈지 일일이 규제했다면 한국의 인터넷 산업이 과연 어떻게 됐을지..

지금 한국내 주요 이통사와 포털의 행태가 바로 딱 이렇습니다. 이들이 국내서 벌이는 행태를 해외에 소개하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는지 창피한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마당에 새 정부는 혁신을 자극하기는 커녕 인터넷의 표현의 자유나 규제하지 못해 안달하고 있으니 깊은 한숨만 나옵니다.

이번에 출국할 때 보니 인천공항이 탑승등을 증축하면서 생긴 여유 공간에 네이버가 근사한 인터넷 카페를 무료로 열었더군요.

네이버가 마련해 놓은 최신 노트북을 얻어 쓰면서 심사가 복잡했습니다. 네이버는 한국의 네티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일까, 아니면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일까?